칼 둔커-촛불문제/성과급은 혁신을 유도하는가?/당근과 채찍
오늘날 '혁신'은 많은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입니다.
개인의 창조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혁신이 일어난다..?
당장 혁신은 일어나지 않지만 혁신의 중요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는 사실은 논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의 자극으로 혁신을 높일 수 없을까요?
이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1940-1950년대에 독일의 심리학자 칼 둔커가 제시한
'촛불 문제'를 다루어 봅시다.
촛불 문제: 테이블 위에 촛농이 떨어지지 않도록 초를 벽에 붙이는 방법을 생각하라
여러분도 잠시 생각하고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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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도전한 성인의 대부분은 약 7~9분 만에 아래의 그림과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촛불 문제는 압정이 들어 있는 상자를 압정 상자에서
촛불 받침으로 용도를 바꾼다는 착상을 이끌어 내야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기는 상당히 어렵죠.
한번 용도를 규정해 놓으면 사람들은 좀처럼 그 인식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기 대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을 칼 둔커는 '인식 기능의 고착'이라 설명했습니다.
둔커의 실험 이후 17년이 지나 프린스턴 대학교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는
이 촛불 문제를 인간의 약간 다른 측면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에 이용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문제의 답을 빨리 찾아낸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하니
아이디어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1962년에 실시된 실험보다 평균 3~4분 정도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다시 말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결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저하되었습니다.
예고된 대가는 인간이 창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현저히 훼손합니다.
에드우드 데시 교수의 연구에서는 대가를 약속하면 피시험자의 성과가 저하되고,
예상 가능한 정신 측면에서의 손실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거나 또는
성과급이 기대되는 행동만을 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즉,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당근과 채찍에서 당근은 효과가 없고, 그럼 채찍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리학적 견해에서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습니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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