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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7)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멜빈 러너(Melvin Lerner)

by 모두의 향연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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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멜빈 러너(Melvin Lerner)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장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대게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들입니다.

 

출처: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9120503758

 

이러한 세계관을 사회 심리학에서는 '공정한 세상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처음 제창한 사람은 정의감에 대한 연구로 선구적 업적을 이룬 멜빈 러너입니다. 이 가설을 믿는 사람은 이 세상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 받게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멜빈 러너

이러한 세계관을 갖고 언젠간 노력한다면 보상받는다고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다하면 그것대로 기쁜 일이지만, 실제로 세상은 그렇지 않으므로 오히려 폐해가 더 큽니다.

 

주의할 것은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이 무의식 중에 방출하는 '노력 원리주의'입니다. 노력하면 반드시 보장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 하나가 '1만 시간의 법칙'입니다.  말콤 글래드웰 작가의 저서인 『아웃라이어』에서 제창한 법칙으로, 간단히 말하면 "큰 성공을 이룬 음악가나 스포츠 선수는 모두 1만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훈련에 쏟아부었다"라는 주장입니다.

 

책 아웃라이어

 

글래드웰의 책에 나와있는 주장은 일부 바이올리니스트 집단과 빌 게이트 그리고 비틀스에게서 이 법칙이 관측되었다는 것뿐으로, 주장의 근거가 너무나 취약합니다. 비단 글래드웰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책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솅크가 쓴  『우리 안의 천재성』에서는 모차르트가 실제로는 유소년기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으며 노력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논거로 들어 역시 재능보다 노력이라고 결론짓고 있지만, 이는 논리 전개에서 흔히 발생하는 초보적인 실수로 전혀 명제의 증명이 될 수 없습니다. 

 

책 우리안의 천재성

우선, 진짜 명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제1: 천재 모차르트는 노력했다.

 

이 명제에 대한 반대 명제를 명제2라 합시다.

 

명제 2: 노력하면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가 될 수 있다.

 

위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 명제'의 흔한 실수입니다. 명제 1에 의해 도출되는 것은 짝을 이룬 명제 3입니다.

 

명제 3: 노력 없이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노력하면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될 수 있다'라는 명제는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력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실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성립하느냐 아니냐는 그 대상 악기나 종목 또는 과목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ttp://egloos.zum.com/agile/v/5818960

 

노력이 보상받는다는 주장에는 일종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어 매우 아름답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이고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공정한 세상 가설 즉 노력은 언젠가 반드시 보장받는다는 사고는 실증 연구에서 부정되고 있으며 노력의 누적량과 성과의 관계는 해당 경기나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섣불리 이 사고에 사로잡혔다간 승산이 없는 일에 쓸데없이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 공정한 세상 가설의 다른 문제점을 지적해 보겠습니다. 이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하는 반대의 주장이 있습니다. 즉 성공한 사람은 성공할 만큼의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하므로 반대로 무언가 불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원인이 당사자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소위 '피해자 비난'이라고 부릅니다. 

 

피해자 비난

 

실제로 세상에는 '자업자득', '인과응보', '남을 저주하면 자신에게도 재앙이 돌아온다', '뿌린 대로 거둔다' 같은 말이 있죠.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또는 세계 많은 국가에서 자행되는 약자 박해가 세상이 공정한 이상, 곤경에 처한 사람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도태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히면 사회나 조직을 도리어 원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논리는 항상 단순합니다. 세상이 공정해야 한다고 하면 실제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발탁되거나 각광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실 세계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 모르게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발탁되지 않을뿐더러 각광을 받는 일도 없습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세상은 공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결국 조직에 대한 원한을 품게 되죠. 

 

세상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세상에서 한층 더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싸워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남모르는 노력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사고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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